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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회 - 신범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 날짜
    2024-05-02 1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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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혹은 한미일 공조 강화 등 현 정부 외교 정책 기조에 익숙한 우리에게 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있는 남미,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를 일컫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는 낯선 말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시각에 따라 외교 정책 방향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두드러진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이 이른바 '신(新)냉전 담론'에 갇힌 한국 외교 정책에 숙제를 던지고 있다.

8일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열린 새얼문화재단 주최 제443회 새얼아침대화에서는 신범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 그리고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강연했다.

신범식 교수는 "탈냉전 이후 미국 중심의 단극(單極)의 순간이 저물어 가고 있고, 절대적 우위를 가진 한 극이 출현하기는 어렵다"며 "미국과 서방,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진영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여타 국가(the Rest)'들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가 주목한 국가들은 국제 정치의 새로운 행위자로 등장한 글로벌 사우스다. 대표적으로 '브릭스'(BRICS)에 속한 5개국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UAE, 에티오피아, 이집트 등을 꼽을 수 있다. 급성장 중인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포함한다.

신 교수는 "미국과 서방의 러시아 경제 제재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 예상치 못한 행위자들이 다양한 통로를 만들었고, 특히 인도는 기존 대비 9배가 넘는 러시아산 석유를 가공해 유럽에 팔았다"며 "서방 국가들이 아무리 러시아산을 사지 않더라도 인도 같은 우회로가 생기고, 다른 종류의 결제 구조를 만들면 제재하지 못한다"고 했다.

글로벌 사우스는 진영 논리에 기반해 어느 한 편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 기반한 그룹이라는 게 신 교수 설명이다.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으로 인해 기축통화국으로서 미국의 패권이 도전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신 교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무시할 수 없는 경제력 발전을 이뤄 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신의 성장을 스스로 통제하면서 발전을 위한 전략을 선택하는 등 자율성의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신 교수는 한국 정부가 두 진영 간의 충돌, 즉 '신냉전 담론' 속에서 국제 정세를 바라보고 있어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외교가 약화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글로벌 사우스가 한국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는 각종 신호가 감지되고 있으며, 신냉전 담론은 미국의 생각과도 일치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세상이 바뀌고 있다. 여타 국가에 대한 외교가 보강돼야 하며,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틀에서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