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새얼전국학생/학부모백일장 장원작품

  • 날짜
    2019-05-30 13: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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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3.4학년부 시 부문 장원>

 낙서 - 김민채 (인천중산초등학교 4학년)

 

하얀 들판에 내가 그린

삐뚤빼뚤 강아지와 논다

 

심심해서 우주선을 그려

우주로 간다

 

내가 그린 못생긴 강아지가

우주선을 망가뜨린다

 

이런……

 

괜찮다. 내가 못생긴 새를

그릴 거니까

 

우리는 집으로 돌아온다



<초등3.4학년부 산문 부문 장원>

소원 - 홍수경 (인천학산초등학교 4학년)

 

철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인천이랑 얼마나 먼 걸까?

월요일 새벽 4시면 아빠는 자고 있는 우리가 깰까봐 조용히 출근을 하신다. 아침에 일어난 동생은 아빠 갔냐고 언제 갔냐며 아침 출근 준비와 우리들의 등교 준비로 바쁘신 엄마에게 투정을 부린다. 난 동생한테 일주일만 기다리면 아빠가 오시니깐 그때까지 엄마 말씀 잘 듣고 있기로 했잖아라며 달래보지만 사실 나도 아빠가 철원으로 가시는 월요일 아침엔 힘이 하나도 없다.

철원이 직장인 아빠와 인천이 직장인 엄마, 우리가족은 일주일에 한 번만 다 모일 수 있다.아빠가 인천으로 오시는 금요일 8시만 기다리는 동생과 나. 아빠가 집에 오는 날에는 문단속 담당인 나는 마음이 편해진다. 일요일 저녁이면 벌써부터 아빠의 걱정과 당부가 시작된다.

수경아! 아빠가 없는 동안 수경이가 아빠 대신인 거 알지? 다른 건 몰라도 잠들기 전 문단속은 수경이가 꼭 잘 점검해 줄 수 있지? 아빠가 부탁할게!”

그러는 사이 동생은 철원 가는 아빠 짐 정리를 방해하기 바쁘다.

지금 4학년인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도 아빠는 오시지 못했다.

살랑살랑 기분 좋은 봄바람이 부는 봄이면 아빠, 엄마를 초대하는 체육대회에도 우리아빠는 참여하지 못했다.

나뭇잎이 누가 더 예쁜지 색을 자랑하는 가을이면 우리들의 솜씨를 자랑하는 학예회 때도 아빠는 오시지 못했다. 내 동생은 이번에 학교에 입학했지만 동생의 입학식에는 부모님 대신 이모가 가셨다. 난 왜 동생이 불쌍한 걸까? 그래도 내 입학식 때는 엄마가 와주셨는데 하고 동생한테 미안하다고 혼잣말을 한다.

엄마는 베체트병 때문에 아프시다. 그런데도 엄마는 우리가족을 위해 일을 쉴 수가 없다. 난 학교가 끝나고 엄마한테 전화를 하면 엄마 아파?”라고 먼저 물어보는 버릇이 있다. 분명 어젯밤에도 우리가 깰까봐 조용히 방에서 나가 약봉지를 찾는 엄마의 소리를 들었는데 엄마는 응 수경아! 엄마 괜찮지! 그럼 걱정 마 아가야라고 해주신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목소리 우리 엄마. 내 소원은 엄마가 그렇게 아픈데 일 그만두면 안 되냐고 엄마가 일 안 하면 우리도 아빠가 계신 철원에서 함께 살 수 있잖아라고 투정을 부려보고 싶지만 그럼 엄마가 더 가슴 아플 것 같아서 말하지 못했다.

아빠랑 엄마는 다른 친구들 부모님처럼 학교 일에 참여 못해줘서 항상 미안하다고 하신다.

나는 괜찮다.

내가 학교도 학원도 다닐 수 있는건 아빠, 엄마 사랑인걸 알기 때문에 난 정말 괜찮다.

지금 나의 소원을 빌어본다.

우리 엄마 목소리는 정말 너무 아름답다. 엄마가 수경아!”라고 불러주는 게 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 엄마가 많이 건강하지 않아도 우리 엄마의 목소리를 오래 오래 듣고 싶다. 아빠를 일주일에 한번 볼 수 있어도 난 아빠를 사랑한다. 아빠가 철원에 계시는 동안은 내가 우리 집 보호자다.



<초등5.6학년부 시 부문 장원>

상자 - 유초연 (인천청학초등학교 6학년)

 

내 방 책장 꼭대기 구석에

엄마 손이 닿지 않는 나만 아는 그 곳에 추억상자가 있다

 

유치원 때 생일 선물로 받은 핑크색 나비모양 머리핀

1학년 때 남자친구가 준 고백 편지

그동안 빠졌던 이빨 몇 개

단짝 친구랑 샀던 우정 반지

우리 집 막둥이 고양이 귀여운 애나의 수염 한 가닥

내가 평생 기억하고 싶은 물건들이 담겨 있다

 

그런데 사라졌다

애나의 두 번째 수염이 빠진 날!

나만 아는 그 곳에 추억상자가 없었다

 

엄마가 버렸다

순간 나의 추억들이 날아가 버렸다

허무하다!

 

엄마, 내 방 출입금지!”

 

새로운 추억상자를 만들었다

엄마 손이 닿지 않는 어떤 곳에 더욱더 꼭꼭 숨겨야지



<초등5.6학년부 산문 부문 장원>

상자 - 김하진 (인천길주초등학교 6학년)

 

우리 집에는 오래된 상자가 있다. 모서리가 둥그렇게 닳고 볼품없는 상자. 하지만 이 상자는 나에게 무척 특별하다.

단순히 물건을 보관하거나 포장하는 데 쓰는 상자가 아닌 나의 소중한 단편소설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는 보관소이기 때문이다. 상자 속의 단편소설들은 크기도, 내용도 제각각이다. 일기처럼 쓴 것도 있고, 누군가의 시점으로 감정이 들어간 것도 있다. 그리고 이 소중한 소설들은 모두 조금씩 쌓여간다. 나의 꿈을 향한 노력이 점점 간절해질수록 말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많은 책을 접해보았다. 부모님께서 날마다 재미있는 책을 읽어주신 덕분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어느새 책과 진실한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책 속에서 밖으로 말을 건넨다는 생각도 들었다. 말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그렇게 느껴졌다. 나에게 다른 친구들보다도 먼저 말을 걸어주며 함께 하였다. 이런 친구들 덕분에 어느 순간부터 내가 내 손으로 직접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야기 쓰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한 것이었지만 이야기를 쓰면 쓸수록 기분도 좋아지고 꿈이 더욱 커졌다. 글을 쓸 때만큼은 손이 글과 하나가 되었다. 그러다가 작가라는 직업을 알게 된 뒤 사람들을 글로 즐겁게 만들어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다.

내가 쓴 책이 많아지자 그대로 두면 잃어버릴 것 같아 상자를 구해다가 그 안에 이야기들을 보관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아빠의 서재 구석에 버려져 나뒹굴고 있던 상자 중 하나였지만 내가 상자를 방으로 데려와 이야기들을 보관한 뒤로 그 상자는 내게 정말 중요한 것이 되었다. 이따금씩 집에 놀러온 친구가 상자를 보고 버릴 거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부모님께서도 하진아, 저 너덜너덜한 상자 정말 지저분해 보인다. 이거 버릴까?”하고 물어보시거나 버리려고 하신 적도 있다. 어느 날은 이사를 가기 위해 집안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밖에 쌓아놓은 쓰레기들 가운데 내 상자가 눈에 띄었다. 깜짝 놀라 심장이 빨리 뛰는 가운데 간신히 엄마에게 물어볼 수 있었다.

엄마, 제가 저번에 중요한 상자라고 말씀드렸는데 왜 버리려고 하셨어요?”

? 그런가? 나는 네 방에 지저분한 상자가 쓸데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처리하려 그랬는데 다시 가져가렴. 그런데 버리는 게 낫지 않겠니?”

이 상자 안에는 제가 썼던 단편소설들이 보관되어 있어요. 그래서 무척 중요한 상자에요.”

그런 거였니? 미리 말하지 그랬니. 기억하고 있을게.”

~ 하마터면 이때까지의 내 노력들이 한순간에 쓰레기통 속으로 버려질 뻔했다.

이때부터 나는 더욱더 신경을 써서 상자를 챙겼다. 글을 쓸수록 손이 밉게 변하고 연필심 때문에 지저분해지고, 굳은살이 깊게 박혀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연필에 찔려서 자국이 나더라도 여전히 글쓰기는 즐거웠다. 나의 도전과 노력은 이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져 상자 속에 담겼다. 나의 모든 노력은 새로운 책 친구를 탄생시켜 주어서 더욱 보람이 컸다. 이때까지 상자 속에 보관해 두었던 단편소설들을 자주 꺼내 읽어보기도 한다. 상자 속에는 꿈을 향한 나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상자는 나를 위로해 주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 꿈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고 지칠 때, 상자를 열면 현재까지의 수많은 노력들이 나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해준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낼 수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꿈을 잃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다. 부모님은 나에게 책을 보관하는 상자가 더럽다며 하진아, 새 상자로 사줄까?”하고 물어보시지만 나와 함께 긴 여정을 달려온 정든 친구 상자와 계속 함께하고 싶다고 변함없이 대답한다. 그리고 지금은 이 상자가 단순히 내가 쓴 단편소설만을 보관하는 상자가 아니라 나의 꿈까지 보관시켜 준 소중한 의미의 상자가 되었다. 책 보관소 상자가 아닌 꿈 보관소 상자 말이다.


<중등부 시 부문 장원>

한낮 - 이해든 (인천박문중학교 3학년)

 

헝클어진 머리를 해도 좋아

촌스런 화장을 해도 좋아

축 처진 어깨여도 좋아

삐죽거리는 입꼬리여도 좋아

 

열여섯, 지금은 내 인생의 한낮

 

끈 풀린 운동화를 신어도 좋아

꾸깃한 교복을 입어도 좋아

지퍼가 고장난 책가방을 매도 좋아

다 터진 신발주머니여도 좋아

 

열여섯, 지금은 내 인생의 한낮

 

좋아하는 친구에게 마음을 들켜도 좋아

떨어지는 눈물을 아무도 닦아주지 않아도 좋아

시험지에 장대비가 내려도 좋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도 좋아

 

열여섯, 지금은 내 인생의 한낮

 

뭐 어때?

햇볕이 이렇게 쨍쨍한데



<중등부 산문 부문 장원>

 

지도 - 호예리 (용현여자중학교 1학년)

 

몇 번을 접었다 폈을지 모를 아주 낡은 지도 한 장이 있다. 제대로 펼치면 내 손바닥 다섯 뼘 정도의 크기인 종이에 불과한 지도 한 장이다. 하지만 아빠에게만큼은 못 다한 꿈과 바람에 대한 아쉬움이고 지난날에 대한 추억의 보물지도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투정 한번 부리지 않았던 아빠에게는 꿈이 있었다. 전국을 누비는 화려한 여행이 아닌 할아버지, 할머니 손을 잡고 설레는 마음으로 떠나는 행복 그 자체, 여행을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찍 하늘나라 품으로 가신 할아버지 그리고 가정살림을 책임지셨던 할머니에게 아빠는 끝내 투정을 부리지 않으셨다.

지도에는 아빠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가보고 싶었던 곳을 동그라미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아빠의 꿈과 바람이었을 것이다. 꿈과 바람이 표시된 아빠의 지도는 십 년 이상을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