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0년 백일장 시부문 장원작품(초등3.4학년부~어머니부) ▒

  • 날짜
    2010-04-28 09:12:03
  • 조회수
    8272

<초등3·4학년부 시 장원>

떡볶이

인천 경원초등학교 3학년 2반
이현채

떡볶이는 볼이
새빨개
왠지 아니?
떡볶이는 우릴
좋아해서
우리가 볼 때마다
볼이 빨개지는 거야
우리가 떡볶이를
먹으면 맵잖아
왠지 아니?
떡볶이가 우리를
사랑하는 마음
그렇게 크기 때문이야

 

 

 

<초등5·6학년부 시 장원>

인천석천초등학교 5학년 5반
강소희

선생님은 잔소리를 밥 먹듯이 하신다
친구들은 장난을 밥 먹듯이 한다
우리 오빤 기타를 밥 먹듯이 친다
아줌마들은 수다를 밥 먹듯이 떠신다
나는 놀기를 밥 먹듯이 한다
내 짝은 게임을 밥 먹듯이 한다
아저씨들은 담배를 밥 먹듯이 피신다
부모님은 나를 밥 먹듯이 사랑하신다
부모님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
나는 효도를 밥 먹듯이 해야겠다

 

 


<중학교부 시 장원>

연수중학교(인천) 3학년 5반
유지원

우리가 잠든 사이
밤은 아무도 모르게
은하수를 펼쳐놓고는
햇빛에 데워진
하늘을 식혀놓고는
지상을 흩트린
바람을 잠재우고는
바람에 흐트러진
초원을 쓰다듬고는
그의 품에 잠든
우리들을 둘러보고선
아직도 뭐가 그리 아쉬운지
하늘 저편으로 사라지는 내내
별똥별을 흘린다

 


<고등학교부 시 장원>

중흥고등학교(부천) 3학년 5반
이수연

나를 꺼내놓고
어머니는 빈 집이 되었다

몇 해째 사람이 살지 않던 그 집은
흉흉한 소문이 돌았지만
볕 좋은 오후면 대청마루에 잠깐씩
햇살장수가 봇짐을 풀기도 하였다
그는 잠시 머문 답례로 개나리니
활짝 핀 철쭉문양의 브로치를
어머니 가슴께에 슬며시 올려놓고
산 너머로 발을 옮겼다

밤이 되면 어머니는
마당에 널브러진 빈 광주리로 비를 받아
내게 장문의 편지를 썼다
나는 어둠 속에서
깊은 잠을 두드리는 몇 번의 풍경소리가
그녀가 보낸 서신인 줄도 모르고
번번이 창밖의 푸른 들판에
구겨놓곤 하였다

나를 꺼내놓고
어머니는 빈집이 되었다

내가 다시 그 집을 찾은 건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다
길게 수술 자국이 난
그녀의 대문을 밀고 집 안으로 들어섰을 때
우리 집 깊은 우물에서 본 건
물에 비친 나일까
나를 닮은 어머니일까

뒤꼍에 심은 동백나무에서
후드득 후드득
붉은 눈물이 쏟아지는 것이었다

 

 

 

<어머니부 시 장원>

오후 두 시

김용아 (인천 남동구 구월4동)

제비 새끼 주둥이 닮은
개나리 꽃잎들
조잘조잘 흔들리는 그림자 속에
시간,
누워있다

가지 끝에 걸려있는
꽃샘추위 한 자락
입술 삐죽이며
슬쩍 비켜 앉는다

입학식 날 꽁꽁 땋아 준
딸아이 머리칼처럼
찰진 봄은
햇빛 가릉가릉
구름 속에서 기침을 해도
꽃그늘 아래서
얌전히 서 있다
기다린다

시간은
오후 두 시의 정거장에서
겨울을 내려놓고
봄을 태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