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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회 - 유달승(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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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24 1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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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 대한 첫 번째 오해로 경제위기의 본질을 짚었다. 이란 경제위기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누적된 구조적 문제라는 시각이 일반적이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란 화폐 리알화 가치는 지난해 12월 달러당 145만 리알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70%에 달한다. "이란 경제위기의 본질은 2018년을 기점으로 트럼프 행정부 1기가 단행한 대이란 제재와 연동된다""역대 이란 행정부 시장 환율 자료를 보면 2018년을 기점으로 환율이 요동치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란이 반미·반서방 국가라는 인식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1980년 미국과 단교 이후 미국 기업이 철수했지만 그 공백을 유럽·일본 기업이 메웠고, 한국도 1990년대 중반 이후 이란 시장에 본격 진출해 2015년 기준 이란 수입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줄곧 철천지 원수였다는 인식도 오해라고 설명했다. 1980년부터 8년간 이어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스라엘은 이라크를 견제하기 위해 이란에 무기를 지원했다. 1987년 이란-콘트라 사건으로 드러났듯이 미국산 무기를 이란에 공급한 주체가 이스라엘이었다. 이스라엘의 주적 개념이 이라크에서 이란으로 바뀐 것은 1991년 걸프전 이후다. 사담 후세인 체제가 약화되면서 이라크 위협이 감소한 반면 이란이 중동에서 급부상하는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적대관계 본질은 종교 갈등이 아니라 이념적 대립과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힌 갈등"이라며 "이 모든 중심에는 팔레스타인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아파 위협론이 등장한 배경도 짚었다. ‘시아파 초승달 위협론이라고도 불리는 이 이론은 200412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이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처음 제기했다. 시아파 영향력이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으로 뻗어나가는 새로운 초승달이 형성될 것이고, 이로 인한 이란의 부상과 시아파 국가 연대가 수니파 중심 질서를 위협한다는 인식이다. 이 위협론이 이슬람 수니파 국가 지도자들의 국정 전환용 도구로서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당시 레바논은 통화정책을 미국 달러와 연동하는 고정환율제로 시행했는데, 이후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요르단 경제를 흔들었다. 또한 요르단에 저렴하게 석유를 공급하던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도 무너지면서 경제위기는 더 심해졌다. 또한 2017년 삼촌·조카 등을 숙청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을 장악한 무함마드 빈 살만 또한 내부 권력 갈등을 봉합하는 수단으로 이란 위협론을 활용했다. "시아파 위협론은 복잡한 지정학적 현상을 단순한 종파 갈등으로 환원해 대중의 의식을 구조화하고 특정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프레임 정치"라고 지적했다. 이란의 정치체제에 대해서도 단순한 신정체제가 아니라 직선제 대통령·의회와 종교적 권위체제가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복합체제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쟁의 본질을 페트로달러 체제 수호를 위한 에너지 패권 전쟁으로 규정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석유 거래를 달러로 결제하는 페트로달러 체제는 미국이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는 핵심 구조다. 그런데 이 체제에 도전한 국가들이 잇따라 붕괴됐다. 달러화를 유로화로 바꾸려 했던 이라크 사담 후세인은 2003년 정권이 붕괴됐고, 금 기반 통화를 구상한 리비아 카다피는 2011년 나토 공습 이후 체제가 무너졌다. 탈달러 정책을 추진한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은 올해 1월 체포작전에 직면했다. "마지막 남은 국가가 이란"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쟁을 1956년 수에즈운하 전쟁과 비교했다. 당시 이집트 나세르 대통령의 수에즈운하 국유화 선언이 중동 전쟁으로 확산됐고, 그 결과 영국의 패권이 몰락하고 미국 중심의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이 21세기형 수에즈운하 전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이란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무력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전쟁은 언젠가 끝난다. 전쟁 자체보다 전쟁 이후의 변화를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한다""국제 정치는 적대와 협력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한다. 틀림이 아닌 다름의 관점에서 타자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