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관칼럼Chairmans's Column

`죽산은 복지사회 건설 주장한 선각자`

  • 날짜
    2011-02-19 13:3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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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얼문화재단 지용택 이사장
“동상건립 등 추모사업 나설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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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은 6·25전쟁을 일으킨 북한의 반성과 책임 규명을 요구했어요. 또 평화통일과 복지사회 건설을 주장한 선각자였습니다.”

이승만 정부 당시 간첩으로 몰려 사형을 당했으나 지난달 52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누명을 벗은 죽산 조봉암 선생(1898∼1959)을 기리는 추모사업이 추진된다. 주인공은 인천 새얼문화재단 지용택 이사장(74·사진). 그는 1960년 4·19혁명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돼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면서 죽산의 세계에 눈을 떴다. 당시 같은 방을 쓰던 진보당원들에게 죽산의 삶과 정치철학을 들으며 ‘사법(司法) 살인’의 희생자인 죽산의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죽산이 강화도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인천을 정치무대로 활동한 점도 인천 토박이인 지 이사장이 죽산의 사상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됐다.

“수감생활을 마치고 인천에서 노동운동을 하면서 줄곧 ‘죽산은 간첩이 아니다’라고 얘기하고 다녔죠. 그래서 당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조사도 많이 받았습니다.”

1975년 새얼문화재단의 전신인 새얼장학회를 만들어 장학사업과 문화운동에 뛰어든 그는 2000년 10월 죽산을 처음으로 공개 무대에 세웠다. ‘죽산의 정치적 리더십과 인천’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열어 역사적 재평가에 나선 것. 이듬해 그는 ‘죽산 조봉암 선생 기념사업회’와 함께 강화대교 인근의 강화읍 갑곶리 진해공원에 죽산을 기리는 추모비를 세웠다. 비용은 죽산의 고향인 강화도 주민과 새얼문화재단 회원들이 낸 성금으로 마련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죽산의 장녀 조호정 씨(83)와 함께 대법원을 찾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죽산의 간첩 및 국가변란 목적 단체 결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그는 조 씨와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그는 죽산이 무죄 선고를 받은 만큼 앞으로 죽산의 정신을 기리는 추모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우선 정부에 죽산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해 서훈한 뒤 서울 중랑구 망우동 공원묘지에 묻혀 있는 유해를 국립묘지로 옮기는 방안을 건의할 방침이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