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관칼럼Chairmans's Column

송도(松島)의 정명(正名)을 찾는 일

  • 날짜
    2005-05-20 14:06:00
  • 조회수
    1421

송도(松島)의 정명(正名)을 찾는 일  
 
지용택 (새얼문화재단이사장)

 

사람은 자기가 세상에 나오고 싶어서 탄생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평생 붙어 다니는 이름도 주위에서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지어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집안과 사회와 국가에 대해서 책임과 의무가 없을까요!

 

사람은 나면서부터 무한하고 창조적인 생명력을 타고 나오며 세상을 중심으로 향심력(向心力)을 가지기 때문에 권리와 의무, 자유와 제한을 동시에 갖는 한계상황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지구 위에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데 사람에 붙어 다니는 이름은 그 사람을 떠나서 하루에도 입과 입으로 또, 전파를 타고 세상에 몇 번씩 회자됩니다. 이름에 따라서는 도덕, 책임, 유명세까지 함께 작용하기 마련입니다.

 

논어(論語) 자로(子路)편에 제자 자로가 공자에게 “정사를 돌보신다면 무엇부터 먼저 하시겠습니까” 물으니 공자는 “필야정명호(必也正名乎)”라고 단호한 의지를 보입니다. 여기서 ‘정명(正名)’이란 바른 이름이라고 해석합니다. 더 나아가 많은 학자들은 명분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데 정명은 바로 사상적 개념을 확립하는 것으로서 덧붙이자면 문화사상의 중심이 정명의 요점이라 하겠습니다.

 

더 나아가서 공자는 군자가 명분을 정하면 반드시 말로 설명 할 수 있어(君子名之必可言也) 반드시 실행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것은 명분이 많은 것을 함유한 채 이름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천시는 송도에 수천만 평을 매립하여 신도시를 건설한다고 여념이 없습니다. 해방 이후 인천은 한반도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중심 역할을 제대로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황해가 살아나 남북으로, 중국으로, 그리고 개성으로 열려 제대로 중심 역할을 할 시기가 도래한 것입니다. 그런데 인천 앞 바다를 넘어 황해를 건너 아시아, 세계로 뻗을 수천만 평의 신도시에 송도(松島)라는 이름이 붙는 것을 생각해보면 마음이 언짢아집니다.

 

시인이자 향토사학가인 조우성 선생에 의하면 이 지역의 원명은 ‘먼우금’이었는데, 일제가 수인철도를 설치하면서 일본식 이름의 송도로 개명했다고 합니다. 한 때는 그들 나름의 습관대로 독도도 송도라 한 적이 있습니다. 먼우금 이 지역은 본래부터 섬이 아니라 뭍이라는데 주목해야 합니다. 땀 흘려 노력해서 만든 신도시에, 본래부터 육지였던 지역을 애써 섬이라고 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인도에 가보니 갠지스를 ‘강가’로, 봄베이를 ‘뭄바이’로 중국도 양자강을 ‘장강’으로 고쳐 본래 이름을 찾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건축물의 이름은 지역성과 역사성을 고려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신도시가 전지구로 뻗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미래지향적이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본 사람이 지어준 송도라니 한심스러운 일입니다. 제발 섬 도(島) 아닌 다른 이름은 없을까. 제2연륙교 작명을 앞두고 송도의 정명(正名)을 함께 되찾았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독도를 일본 영토라 우기고 이 나라의 치욕 36년을 일본이 선물(?)한 근대화라고 주장하면서 동양의 평화를 위협하는 재무장을 서두는 후흑(厚黑, 두꺼운 얼굴과 시꺼먼 뱃속)이 굳이 뭍을 섬으로 명명하는 그 의도 속에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송도의 바른 이름을 찾아주는 일, 그 이름에 역사와 미래의 희망이 담겨 있어야 시민의 사랑과 함께 힘찬 발전이 시작됩니다.

 

인천일보(2005년 05월 20일, 1판 4면 게재)
출처 : http://news.itimes.co.kr/Default.aspx?id=view&classCode=A06&seq=210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