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관칼럼Chairmans's Column

隨處作主 立處皆眞(수처작주 입처개진)

  • 날짜
    2018-09-14 13: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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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세계열강들이 자신의 세력을 넓히고, 이익을 지키기 위해 숨겨두었던 본심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때 우리는 당()나라 때의 선사(禪師)인 임제 의현(臨濟義玄: ~867)이 쓴 임제록(臨濟錄)』 「시중(示衆)13장의 隨處作主 立處皆眞(수처작주 입처개진)”이란 말을 가슴에 품어 새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이란 쉽게 말해서 어딜 가든지 그곳에서 주인이 되라. 어떤 환경에 처하든 그곳에서 주인이 된다면 서있는 그곳이 어디든 참의 길, 좋은 곳이 될 것이란 뜻입니다. 학문적으로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주관과 본바탕을 잃지 말아야 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언제 어디서나 어떤 환경에 처하더라도 자기 삶의 주인이 되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주인이라고 해서 어깨에 힘주고 명령만 내리고 그 결과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는 것은 참다운 주인의 태도가 아닙니다.

 

참다운 주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일에 관해서도 그 처리에서 있어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임제 선사는 자신의 의무와 사명을 다하는 주인이 되라고 일찍이 천여 년 전에 우리에게 경고했습니다. 그리하면 그곳이 바로 立處皆眞(입처개진)”이라 참됨이요, 바로 서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역사에는 그 시대가 요구하는 사명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금 그리고 우리가 지향하는 오늘의 의무와 사명은 무엇일까요?


첫째, 우리는 지난 70여 년 동안 남북으로 갈려 서로 소통과 대화 없이 살아왔습니다. 한반도의 단전인 인천은 분단의 상징적 도시입니다. 우리는 남북이 대화하고, 사람이 교류하고, 물류가 원활해지고, 서로 협력하여 경제를 발전시켜 남북이 서로에게 더욱 이로운 지역이 되어 서로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기 위해 합심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둘째는 남북은 물론 대한민국 사회 내부에서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을 정도로 빈부의 차가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람과 사람이 마주해도 이웃과 이웃이 함께 살아도 더 이상 같은 민족으로, 시민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항상 경쟁하는 타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부의 정치적 갈등도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같은 말을 사용하더라도 의미가 다르고, 같은 곳을 바라보더라도 생각이 다릅니다. 우리는 이 험난한 고비와 질곡을 함께 극복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시민이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나라가 바로 섭니다. 우리 이름 없는 시민이 이 땅의 주인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31만세운동을, 경제성장을, 민주화를 이끌었습니다. 우리가 깨어있고, 합심해서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주변의 강대국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않습니다. 시민이 깨어있고, 바로 선다면 우리나라는 역사의 주인으로, 한반도 평화와 발전을 이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