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1·2학년부 시 부문 장원
갈월초등학교(인천) 2학년 최시은
똥
택시! 택시!
장 끝까지 가주세요
뿌룽뿌룽 뿌루룽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똥꼬 열어주세요
물로 다이빙
변기구멍으로 꾸룩꾸룩 친구들아 안녕!
초등1·2학년부 산문 부문 장원
개흥초등학교(인천) 1학년 이다은
똥
나는 월화수목금토일 중에서 화수목에 줄넘기 학원을 간다. 줄넘기 학원을 다녀오는 날에는 꼭 똥이 마렵다. 학원 차에서 내리면 똥이 나올 것 같다. 친구들이 들을까 봐 엄마에게 귓속말로
“엄마 나 또 똥 마려워 빨리 집에 가자.”
엄마는
“뛰어 빨리 뛰어.”
뛰어갈 때 엘리베이터가 제발 1층에 있어라 생각한다. 운이 좋은 날은 지하 1층에, 운이 안 좋은 날은 맨 꼭대기 22층에 엘리베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7층인데 7층까지 올라갈 동안 신발 벗을 준비를 한다. 땀 때문에 옷이 잘 내려가지 않는다. 드디어 똥을 쌌다. 똥이 커서 변기가 막힐까 봐 다시 걱정을 시작했다. 변기가 막혔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 엄마를 부른다.
“엄마, 변기 막혔어.”
엄마는 뜨거운 물을 세 번이나 변기에 붓는다. 변기도 나처럼 상쾌하게 뚫렸다. 이제 배가 고파온다.
초등3·4학년부 시 부문 장원
서화초등학교(인천) 4학년 오하은
좋아요
구름이의 솜사탕 같은 하얀 털이
구름이의 촉촉한 분홍색 코가
구름이의 동그란 까만 눈이 좋아요
구름이의 헬리콥터 프로펠러처럼 빠르게 흔드는 하얀 꼬리가 좋아요
우리 집 구름이가 외동이라 외로운 나와 함께 있어 줘서 고맙고 좋아요
저는 우리 집 구름이가 정말 좋아요
구름이도 내가 좋을까요?
구름이는 달콤한 고구마가
구름이는 움직이는 삐약이 인형이,
딸기 삑삑이 인형이 좋아요
내가 모르는 구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고 싶어요
“구름아, 넌 뭘 좋아하니?”라고 물으면 대답해 주면 좋겠어요
구름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든 주고 싶어요
구름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요
우리 집 구름이가 나를
좋아해 주면 좋겠어요
초등3·4학년부 산문 부문 장원
송명초등학교(인천) 3학년 권규아
좋아요
아침, 알람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렸다. 7시 7분, 나는 알람을 항상 그렇게 맞춰놓고 잔다. 왠지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서였다. 나는 뻣뻣한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켜고, 기분 탓인지 몰라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거실로 나와 엄마가 해주실 맛있는 아침밥을 기대하며 의자에 사뿐, 일부러 가볍게 앉았다. 근데 엄마가 평소와 달리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옷을 입고 계셨다. 내가 이상하다 싶어 엄마한테 물어보려고 일어나려는 순간, 엄마가 소리치셨다.
“생일 축하해!”
그 순간 나는 생각났다.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것을. 하지만 엄마는 내 생각과 다른 말을 내뱉었다.
“오늘은 엄마가 산부인과에서 널 낳은 날이거든. 축하해 줘!”
나는 눈이 동그라미가 됐다.
‘헉, 엄마는 내 생일이 중요하지 않은 걸까? 내가 얼마나 기대했는데.’
나는 생각했다. 그러자 엄마가 아침을 차리며 말씀하셨다.
“너, 오늘 엄마 속 왜 이렇게 썩이니? 얼른 밥 먹지 못해?”
나는 엄마한테 화난 티를 내려고 일부러 밥을 쩝쩝 소리 내며 먹었다. 하지만 입만 아팠다. 나는 가방을 거꾸로 메고, 신발도 거꾸로 신고, 양말은 짝짝이로 신은 채 학교로 걸어갔다. 하지만 학교에 가서는 신났다! 1교시 시작 10분 전, 친구들이 나한테
“규아야, 생일 축하해!”
하고 말하며 선물을 줬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내 책상에 친구들이 몰려든 순간이었다. 나는 너무 기뻤다. 눈물이 나고 너무 많이 웃어서 배꼽이 빠질 정도로 기뻤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내가 너무 많이 울어서 홍수가 안 난 것과 내가 배꼽이 터져서 생일날 응급실에 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그리고 1교시 종이 울리기 1분 전, 나는 오늘의 시간표를 봤다. 국어, 영어, 체육, 창제, 수학. 그리고 오늘 수학 시간에는 단원평가를 본다고 한다. 1교시 국어 시간은 국어 시간대로 지나갔고, 2교시 영어 시간은 선생님이 100점 맞은 사람이 1명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바로 나였다. 어쩐지 선생님이랑 나랑 눈이 계속 마주친다 싶더라니……. 그다음엔 아무 일도 없었다.
3교시 체육 시간은 피구를 했다. 공을 던지고 받다 보니 벌써 상대 선수 한 명과 내가 남아 있었다. 나는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팍! 상대 팀 선수가 공에 맞았다. 체육 시간이 끝나자 내 머리가 뜨거워지는 것 같더니 열이 펄펄 났다. 그리고 나는 조퇴했다. 학교 시간은 그렇게 2배속으로 지나갔고, 아파트에 들어가려는데 엄마가 잠옷 차림으로 달려와
“규아야, 권규아!”
하고 부르더니 나를 집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렇게 집에 들어왔는데 나는 깜짝 놀랐다.
‘엄마, 이걸 다 엄마가?’
놀랄 정도로 화려한 생일 파티다. 이제야 이해됐다. 오늘 아침에는 내 생일 파티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을 것을. 그래서 말을 돌린 것을. 근데 숙제는? 걱정이 밀려왔다. 엄마는 내 마음을 아는지,
“괜찮아. 오늘은 오늘의 행복을 즐기자. 언젠간 오지 않을 수도 있잖아?”
엄마 말이 맞다. 단순히 숙제가 싫어서만은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엄마의 모든 면이 이해됐다. 그래, 지금의 행복을 즐기자!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초콜릿케이크를 반절을 먹고 선물 상자를 열어보니, 선물 상자 안에는 새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1년 전부터 사주기로 약속한 그 노트북이었다. 그리고 엄마랑 나는 그 노트북에 많은 앱을 깔았다. 근데 어디서 불꽃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불꽃을 구경하고 있다가 시계를 보고는 서둘러 잘 준비를 했다. 자기 전에 엄마가 나에게 말했다.
“오늘 재밌었어?”
그러자 나는 힘차게 대답했다.
“네, 정말 재미있었어요. 너무너무 좋아요!”
초등5·6학년부 시 부문 장원
승학초등학교(인천) 6학년 조은우
검색
잘못 먹으면 시큼하지만 달콤함을 잔뜩 품은 자두를 검색하면
내 동생
언제나 나에게 힘을 주는 활력소를 검색하면
울 아빠
나만의 힐링타임을 검색하면
우리 집 멍멍이 보리
나의 영원한 인생 스승을 검색하면
울 엄마
행복하다 못해 용으로 승천할 듯한 이무기를 검색하면
바로바로 나
나의 마음속 검색엔진 검색 결과입니다
초등5·6학년부 시 부문 장원
미송초등학교(인천) 5학년 장하준
검색
아무도 갖지 않는 검색어. 사람들은 요즘 여러 주제를 검색한다. 학생들은 답지를, 어른들은 뉴스를, 내 친구들은 게임을 검색한다. 하지만 나는 아무도 찾지 않는 검색어를 검색한다. 붕어마름. 별로 인기도 없고, 특징도 없고, 유명하지도 않은 수초, 붕어마름을 왜 나는 검색할까? 빛과 물만 있어도 쑥쑥 자라나는 게 재미있고, 신기하기 때문이다. 나는 다양한 것들을 붕어마름으로 해봤다. 말려보고, 먹어보고, 전자레인지에 돌려보기도 했다. 말렸을 때는 마른미역 냄새가 난다. 먹을 때는 상추 맛이 난다. 전자레인지로 돌리면 이 세상 물질이 아닌 것 같은 냄새가 난다. 부모님은 이게 무슨 소용이냐고 하시지만, 나는 재미있다.
때로는 이상한 궁금증이 떠오르기도 한다. ‘붕어마름으로 종이를 만들 수 있을까?’ 그러면 어른들은 수학 숙제나 풀라고 하지만, 이게 나중에 히트 칠지 누가 알아? 어른들은 국영수만 강조하지만, 그래도 다른 길도 있잖아? 왜 맨날 국영수로만 성공해야 해? 문득 ‘내가 이상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맨날 같은 결론이다.
‘내 길은 내가 만드는 거야!’ 국영수로 성공하는 사람이 있고, 붕어마름으로 성공하는 사람도 있는 거다. 꼭 국영수로만 성공해야 하는 건 아니다. 남의 시선을 아예 신경 쓰지 않는 것도 좋지는 않다. 하지만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새롭고 신기한 것에 도전하지 않는 것이 오답이다. 나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서 성공으로 이끌어 내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중학교부 시 부문 장원
아라중학교(인천) 1학년 박성하
키링
쇠사슬 하나에 묶여
작은 인형이 흔들린다
무심코 달았지만
그 안엔 계절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기억은 언제나
작은 것에 숨어 있다
티끌 같은 말
깊이 숨겨둔 표정
그리고 이 조그만 키링처럼
주머니에 손을 넣을 때마다
지나간 시간이 닿는다
바래고, 깎이고
더 이상 빛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선명한
그래서 나는
잃어버릴까 두려워
더 꽉 쥐게 된다
낡고 깎인 만큼
더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한 번 더 꺼내본다
작은 고리 하나가
붙잡고 있는 건
인형이 아니라
그때의 나였다
중학교부 산문 부문 장원
선화여자중학교(인천) 3학년 채민서
색안경
“너는 꿈을 꿔야만 해.”
“돈을 많이 벌어야 행복한 삶이야.”
“무조건 좋은 대학교에 가야 해.”
주변 어른들의 목소리가 모두 조언으로 들리던 얼마 전,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꿈을 정하지 못해 앞으로가 행복한 삶이 아니라면 어떡하나 많은 고민과 두려움이 밀려왔다. 나의 작은 세상에는 아직 뚜렷한 꿈이 없어 내가 더 작아질까 무섭기도 했다. 오직 내 목표는 사람들의 시선에 맞춘 좋은 고등학교 진학이었고, 그 자체가 꿈이었다.
내가 사랑하던 태권도를 그만두게 된 금요일. 예체능은 재능 있는 애들만 하는 거라고. 너는 공부가 잘 맞는 아이라고. 사람들은 나에게 자신의 색안경을 끼우려고 했다. 여러 겹눈에 겹친 색안경들은 나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 어른들의 관점에서 세상이 보이던 그날부터 나는 불안을 안고 살았다.
큰 결심을 마친 나였지만, 정작 관장님께 그만둔다고 말씀드리자마자 커다란 눈물이 밀려왔다. 언제든 태권도가 그리우면 다시 오라고 말씀하셨다.
“너는 공부만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공부도 잘하는 아이니까.”
집에 걸어가는 길에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무엇 때문인지 몰랐다. 태권도를 그만둔 것이 공부해야 한다는 핑계인 건지, 고등학교와 맞지 않는 운동이기 때문인 건지…. 색안경들은 내 눈가 위에서 계속 흔들렸다. 모든 일에 후회가 넘쳐나던 나이기에 내 결정이 올바른 건지 확인받고 싶었다.
부모님은 내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좋은 꿈을 찾길 바라시고, 태권도 사람들은 내가 운동을 통해 더 멋진 스포츠인이 되길 바란다. 학교 선생님들은 명문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학교를 빛내길 원하고, 또 다른 어른들은 벌써부터 대학교를 위해 공부하라고 한다. 붉은색, 푸른색, 노란색, 초록색……. 수많은 꿈의 모습들은 나에게 전부 다른 색안경을 끼게 만들었다. 누군가가 선택해 주는 안경은 눈에 맞지 않았다. 내가 모든 색안경을 낄 수는 없기에, 나는 색안경의 늪에서 나만의 안경을 찾지 못하고 헤맸다.
펑펑 울고 집에 들어간 그날, 부모님께서는 내가 꿈을 찾지 못한다면 언제든 새로운 선택을 해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공부를 하던 태권도를 하던 행복을 꿈꾸라는 것이다. 이상하다, 어른마다 다른 꿈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나? 그 순간 어른들의 모든 말에는 나를 위한 말과 함께 각자가 원하는 삶의 모습도 들어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그 모든 색안경을 한 번에 낄 수는 없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하나씩 예쁘게 껴볼 수는 있기에, 그 중 내 눈에 맞는 안경을 찾으면 되는 거였다.
꿈을 좇아 달려 나가라는 말은 틀렸다. 행복을 위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나아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아픔을 겪으며 길을 잃기도 하겠지만 결국 과정 자체가 행복이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나의 꿈을 이루는 길이다. 처음부터 정해진 색안경은 없다. 나만의 안경을 찾은 나는, 이제야 행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고등학교부 시 부문 장원
덕정고등학교(경기) 3학년 이한결
밤풍경
부축하는 것들은 모두 묵묵했다
어둑해진 공단의 밤을 지날 때면
작업복들이 유독 펄럭였다
겨드랑이가 갑갑해졌다
시큼한 냄세가 잠식한 도금 공장
도금 공장의 푸른 패널 지붕 위로
솟은 방청 굴뚝은 분진을 흘렸다
알코올의 씁쓸한 냄새가 입가에서 엎질러졌다
남자 두 명이 교차하며 비틀거렸다
이런 밤이면 한 사람은 목발이 된다
어깨에 올려진 손은 자꾸만 스르륵
내려가고, 내내 꺾이던 발목
꼬리풀이 연신 흔들렸다
허리께에 묶인 잿빛 작업복이
조용히 풀리기 시작했다
흐르는 구름 사이로 스러지는 소금 같은 별
몇 개 손으로 어림잡고
찌그러진 맥주캔이 발에 치였다
두서넛의 졸음이 작업화 위로 쏟아졌다
캔을 차려다 발목을 접질린 남자
무너진 쪽으로 겨드랑이가 실그러졌다
기우는 무게를 따라 쓰러진 목발
공단 가운데 길게 나 있는 아스팔트,
도로반사경에는 두 사람이 찌그러져 있다
그 누구도 역류하는 소음을 내지 않았다
다시 절뚝여야만 하는 적요
고등학교부 산문 부문 장원
영종국제물류고등학교(인천) 2학년 구담희
슬픔의 다른 말
하나, 하루를 끝내는 늦은 밤에 어릴 때부터 써온 낡은 다이어리를 꺼내고는 펜을 쥐고서 멈칫. 아무 일 없다는 말을 적고 싶지 않아서, 펜을 든 채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 ‘오늘’이라는 시간이 나를 스치기는 한 건지, 나는 정확히 말할 수 없어서 이렇게 멈칫하는 시간들이 쌓여간다. 그 멈칫이, 슬픔의 다른 말일지도 모른다.
둘, 아침에 눈을 뜬다. 해가 뜨고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이, 날 일으키지 못한다. 몸이 천천히 침대에서 떨어진다. 눈은 떴지만 몸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있다. 무언가가 가슴에 눌려 있는 듯, 숨이 아주 조금 모자란다. “피곤해서 그래.”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마음이 무거워서였다. 무게는 보이지도 않지만, 분명하게 느껴진다. 이 무거움도, 슬픔의 다른 이름.
셋, 어딘가를 가는 길 건널목 앞에 선다. 멀리서 초록불을 보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는데, 내 앞에서 또 빨간불이 켜진다. 잠시 멈추는 건 아무 일도 아닐 텐데, 지나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왜 뒤처지는 기분이 들까. 시간은 다정하지 않다.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내가 다다르기 직전에 문을 닫는다. 그 순간의 어정쩡함이, 슬픔의 다른 이름.
넷, 교복에 잘 어울리는 하얀 양말을 꺼낸다. 같은 색인데, 같은 짝이 아니다. 미세하게 다른 조직감, 다른 길이와 무늬. 아무도 모르겠지만 나는 안다. 서로 다른 짝이라는 걸. 대충 신고 나설 수도 있지만, 그 어울리지 않음이 발끝을 타고 올라온다. 이 작은 불편함이 어쩌면 가장 오래 남는 감정일지도. 그 조용한 이질감도, 슬픔의 또 다른 형태.
다섯, 우리 식구 다섯 명, 그중 첫째 언니의 생일이 있는 주의 토요일. 몇 시 예약이든가 생각하던 중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 어디냐는 말에 깜짝 놀라 혹시 내가 늦었냐고 질문한다. 그렇다는 대답에 시간을 잊었다. 변명하며 미안하다고 먼저 먹고 있으라 말한다. 각자의 말로 바쁜 가족들이 언니의 생일을 이유로 시간을 가지는 날이다. 내가 없어도 가족끼리의 외식, 내가 있어도 가족끼리의 외식인데 이런 자리를 늦어버린 미안함과 약간의 죄책감. 처음부터 함께 자리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 주는 아쉬움까지도 슬픔을 만들어낸다.
여섯, 늦은 식사 자리에 얼른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는 길은 나의 산책로다. 하늘이 높고, 바람은 신선해서 잠깐은 모든 게 괜찮다고 느꼈다. 그때, 바닥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아직 마르지 않은 물웅덩이에 푹 빠진다. 운동화 속 양말이 축축해진다.
“괜찮아. 말리면 되지.”라고 스스로를 달래면서도 뭔가가 갑자기 무너진다. 그나마 붙잡고 있던 기분이 거기서 끝나버린다. 그 물기마저도 슬픔처럼 스며든다.
그리고 일곱, 이 모든 장면들. 표현하지 못한 장면까지. 멈칫, 무거움, 뒤처짐, 어울리지 않음, 미안함, 젖음, 이들은 모두 다른 모습의 슬픔이다. 나는 슬픔을 거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슬픔들이 매일의 나를 이루는 조각들이다. 나는, 우리는 모두 이 슬픔으로 빚어졌다. 슬픔은 내 하루, 내 습관, 내 말투, 내 삶 그 자체다.
그러니 어쩌면 나라는 사람을 부르는 다른 말 역시 슬픔일지도 모른다.
일반부 시 부문 장원
정혜교(인천 서구 봉오재3로)
지난 여름
끝이 뾰족하게 벼려진 하늘
과일장수의 이마 속으로 파고든다
그곳에 피어난 건 웅크린 비바람
하나둘 일어나는 빗소리에
시장을 뒹구는 건 불어나는 걱정
불안에 꺾인 시장 결국 침수된다
옆집 빨간 앞치마를 맨 주인의 품
축 짜낸 들기름병이 챙강 울고
못 건져내어 깨진 참기름병
시장에 구수한 눈물로 스며든다
시장 식구들의 노력이, 일당이
한데 뒤섞여 곡소리를 낸다
두붓집에선 자두를 건지고
생선집에선 손질된 닭을 줍는다
벽을 너머 오가는 선한 이웃의 손길들
잔뜩 울어 지친 하늘 아래로
식구를 하나 되어 눈물 밀어낸다
고된 날을 보내 습한 땀을 흘리던 뒷목
다음날이 되자 성장통 되어 뻐근하다
한껏 사람 냄새 묻은 여름
시장 좌판 위 놓인 감을 마지막으로 안는다
일반부 산문 부문 장원
정지우(인천 부평구 장제로)
무서운 일
“엄마, 혹시 담임 선생님한테 전화 왔었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제 갓 중학교에 입학한 지 몇 개월도 안 된 딸아이의 말은 나를 순식간에 공포와 두려움으로 몰아넣었다. 너무나 궁금한 상황이었지만, 딸아이는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고 선생님한테 전화 오면 들으라는 아이러니한 말만을 남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사건이 하나 있었어요.”
선생님 역시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단짝 친구와 같은 반이 된 딸이, 단짝 친구였던 친구와 멀어지는 과정에서 다툴만한 일이 발생한 것이었다. 딸아이와 친했던 친구가 옆 반에 이른바 일진이라 불리는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가출하는 해프닝을 벌이는가 하면,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는 등 위험한 행동을 서슴지 않으면서 점점 딸아이와는 멀어진 모양이었다. 걱정 반 안타까움 반의 마음으로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와 그 친구의 뒷담화를 하게 된 것이 발단이 됐다. 초등학생 때 함께 어울렸던 친구들이라 일진의 대열에 합류한 친구의 행동이나 변화된 말투들이 뒷담화의 주요 내용이었다고 한다. 한동안 이어진 SNS 대화 내용을 캡처해서 당사자에게 전달되면서 딸아이가 그 친구들의 표적이 된 듯싶었다. 함께 대화를 나눴던 친구가 딸아이의 말만 캡처해서 그 친구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자신의 뒷담화를 했다는 것이었다.
수업 시간이 끝나고, 잠시 화장실에 들른 딸아이를 네 명의 여자애들이 우르르 뒤따랐다고 한다. 순간, 두려움을 느낀 딸아이는 급하게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딸아이가 들어간 화장실 문 앞에 옹기종기 모인 네 명의 여자애들은 화장실 문을 거칠게 두드리며 빨리 나오라고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무서움에 차마 문을 열고 나갈 수 없었던 딸아이는 어찌할 줄 몰라 계속해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급기야 밖에 서 있던 여자애들은 “야, 똥 싸냐?” 자기네들끼리 깔깔거리며 휴지를 화장실 문 밑으로 집어넣는 행동으로 딸아이를 더 공포스럽게 했다. 때마침 화장실 앞을 지나가던 학생주임 선생님이 이 상황을 목격하고 딸아이를 구출해 주면서 무사히 화장실을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사건 이후 곧바로 담임 선생님과 면담을 한 딸아이는 선생님 앞에서 지금까지의 전체적인 상황을 빽빽하게 글로 써서 제출했다. 담임 선생님은 네 명의 아이들과도 상담하고, 피해자인 딸아이에게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지, 서로 사과하고 끝낼 것인지를 선택한다는 말을 해주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내 딸아이라는 사실과 화장실 안에 갇혀 있는 동안 얼마나 무섭고 떨렸을까 생각하니 울컥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이 신체폭력을 당한 건 아니었지만, 사실 아이 세 명을 키우는 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얼떨떨하기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단은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우선은 딸아이의 선택에 맡겨보기로 했다. 여리고 착한 성격인 딸은 예상했던 대로 학교폭력위원회까지 열어서 일을 크게 만들지 말고, 서로 사과하고 사건을 종결시키는 것을 선택했다. 믿고 따라 주는 것이 엄마로서 해 줄 수 있는 최선이라 믿었다.
학교에서 마련한 사과의 자리에 네 명의 아이들과 마주 선 딸아이는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팔짱을 끼고 째려보며 내뱉는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공포의 사건과 멀어져야 했다.
“엄마, 나 전학 가면 안돼?”
두 번째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같은 지역구로는 전학을 갈 수 없어서 반드시 이사를 가야지만 다른 관내의 중학교로 전학을 갈 수 있는 시스템이 발목을 잡았다.
“우리 반 애들한테까지 소문이 나서 내가 지나가면 나더러 쓰레기라고 해.”
소문이 대체 어떻게 난 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친구의 뒷담화를 한 것이 큰 약점이 된 듯 싶었다. 덕분에 뜻하지 않게 급하게 이사를 준비하게 됐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마땅한 집을 찾는 게 어려웠다. 빨리 이사를 하고, 전학을 가고 싶어 하는 딸의 소원을 이뤄주지 못할 것 같아 미안함과 안쓰러움에 마음이 아팠다.
“왜 전학을 가고 싶어? 만약에 전학을 갔는데, 나쁜 친구들이 거기도 있으면 어떡해?”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 이 현실을 씩씩하게 돌파하도록 격려하고 힘을 주는 게 엄마의 역할이 아닐까 혼란스러웠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 애들은 나를 모르잖아.”
상처받았던 공간이 아닌 새로운 터전에서 새롭게 살아가고 싶은 딸의 강한 의지가 보이는 대답이었다.
“그래, 우리 이사 가서 정말 더 행복하게 열심히 살자.”
그것이 딸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응원이자 격려라고 생각했다. 아직 이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딸아이는 새로운 환경에서 펼쳐질 하루하루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뜻하지 않게 갑자기 찾아온 무서운 일은 사랑하는 나의 딸과 우리 가족에게 새로운 환경에서 행복해지고 싶어 하는 희망을 안겨 주었다.
꽃같이 예쁘고, 별처럼 빛나는 딸아, 네가 있는 곳이 어둠이면, 엄마가 빛이 되어 너의 어둠을 밝혀줄게. 네가 외롭고 고독한 상황 속에서 눈물짓고 있을 땐, 엄마가 조용히 네 곁에 앉아 함께 울어줄게. 너로 인해 오늘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성장해 가는 나에게, 너는 너무도 소중하고 감사한 존재란다.
때로 부족해도, 때로 너의 마음 몰라줘서 미워도, 때로 너보다 더 철없이 굴 때도 내가 너라는 존재가 있어서 엄마는 비로소 엄마가 되어 간단다. 이 짧은 글을 통해 너를 향한 엄마의 마음을 전한다.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하는 너를 향한 엄마의 사랑이 따스하게 너에게 닿기를 간절히 바라며…….
딸아, 사랑한다.